◆ 발효한약의 과학적 접근 ‘활발’ “과거에도 한약을 발효시킨 기록이 있죠.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살펴보면 항아리 속에 뽕나무 열매인 오디의 즙과 다른 약재 분말을 넣은 후, 낮에는 햇빛을 보이고 밤에는 집 안에 들여놓기를 반복하면 어느 순간 부글부글 끓어 발효가 된답니다.”
김영수 한방발효법제(주) 대표는 발효가 일어나는 과정을 동의보감 속에서 찾았다.
| ▲ 김영수 한방발효법제(주) 대표가 한약이 발효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충북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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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라는 열매는 당이 많고 수분이 충분해 미생물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 당시 선조들은 어떤 미생물인지는 몰랐으나 미생물이 자라 천연물로 변화되는 과정을 알았던 것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오디는 노화 억제, 신경 강화, 변비 등에 좋고 오디즙과 누룩으로 발효시킨 상심주는 정력에 좋다고 한다.
또 육신국(六神麴)이라는 약재는 밀기울 등 여러 가지 곡류와 다른 약재를 섞어 누룩처럼 만든 것인데 발효가 되면 색이 불그스름하게 변해 여성 질환인 배앓이나 복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요즘 조사된 것에 따르면 이는 ‘홍국(紅麴)작용한 것.
“일본은 40년 전부터 한약의 과학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어요. 한약이 왜 효과가 있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효과가 나타나는지 등 다양한 검증이 이뤄진 것이죠. 우리도 6년 전부터 한의사들이 모여 한약에 관한 자료정리를 해가며 과학적인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김영수 대표는 “이제 한의학도 온(溫)하고 감(甘)하고 등등의 어려운 표현보다는 어떤 물질이 어떻게 추출되고 어떻게 효능이 작용하는지 요즘 과학으로 설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약을 먹으면 입안에서 어떤 균이 접촉되고 위장과 소장, 대장을 거쳐 어느 부위에서 흡수될 것인지, 또 혈관주사와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관한 실험이 반복되고 있다.
그 결과 한약은 대장 내 많이 살고 있는 미생물에 의해 변화하는 약리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김 대표는 “감초의 약리작용 물질인 글리세린을 추출해 주사제로 했을 때와 대장균에 의해 변화되는 것을 비교했더니 현저히 차이가 드러났는데 이는 글리세린이 미생물에 의해 글리세린엑시드라는 물질로 변화돼야 대장에서 흡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한약으로 복용하면 대장 내 미생물에 의해 변화되어 흡수·작용되지만, 주사제는 이미 변화된 물질로 만들어 주사를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 ▲ 약탕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영수 대표. © 충북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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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효한약, 대장 내 한약 흡수율 높인다 그러나 한약이 대장 내 미생물에 의해 늘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조건도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항생제에 의해 균이 다 죽어버리기 때문에 건강을 좋게 하기 위해 한약을 먹더라도 충분히 효능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항암치료를 받거나 나이가 많아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들도 한약은 제대로 효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몸속에 균이 적어 미생물에 의한 한약에 변화를 못주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마다 미생물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한약을 먹어 효과가 있고 어떤 사람은 효과가 없다.
발효한약은 이러한 한약의 효능을 좀 더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생물이 적은 사람들은 대장 밖에서 한약을 발효시킨 후 변화된 한약을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약재가 발효되는 것은 아니다. 옻나무처럼 개별약재 자체로 독성이 있는 것은 발효를 할 경우 알레르기 반응이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가 진행 중이다.
◆ 발효한약 연구 초기단계, 시장성 ‘무궁무진‘ 우리나라 발효한약에 대한 연구는 초기단계다. 현재 발효한약에 관한 학회가 결성돼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뤄지고 있고 학교에서는 아직 정식과목으로는 채택되지 않았다.
그러나 발효한약에 대한 시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천연물을 이용해 어떻게 가공하고 무엇을 목적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시장성은 크다.
현재 SK케미컬과 LG생명과학 등 10여 곳 회사에서 한약을 이용한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SK케미컬의 ‘조인스정’은 관절질환의 전문의약품으로 한약재 3가지만으로 추출해서 만들어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한 ‘스티렌’은 쑥에서 추출한 천연물 신약으로 서울대 약대 교수가 연구하고 동아제약서 출시한 전문의약품으로 한 해 매출이 800억원에 달한다.
“된장과 청국장, 요구르트 등 발효식품이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한약과 화장품에서도 발효가 뜨고 있습니다. 된장에서 추출한 물질을 화장품에 적용할 정도니까요.”
실제로 지난해 9월 충북테크노파크 전통의약산업센터가 주관한 '제3회 발효한약국제심포지엄'에서는 아모레화장품이 전통 된장에서 항산화작용, 주름개선작용, 미백작용이 있는 물질을 찾았고 이것을 함유한 화장품을 만들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 한방발효법제, 녹용 발효 원기회복제 ‘정심록’ 개발 한방발효법제(주)는 녹용을 중심으로 연구, 녹용을 발효시키는 균주와 조건 등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 특허내용에 따르면 발효한 녹용은 물에 넣고 끓였을 때보다 효능이 5배 이상 증가했으며 발효한 녹용을 먹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물속에서 10배 정도 오래 견뎠다며 한약을 발효하는 것이 의의가 있다는 접근을 하고 있다.
또한 한방발효법제는 발효시키는 공정과정에서 대규모가 아니더라도 일반 한의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이미 한의원에서 소량으로 사용 할 수 있는 발효기를 실용신안 등록한 상태이며, 강원권의 우수한약재 유통사업 운영권을 획득해 원료 한약재 확보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한방발효법제는 청정화 한약제조방법 및 여과방법에 대한 특허도 가지고 있다.
한방발효법제의 본사는 서울에 있으며, 충북 제천 전통의약산업센터와 경북 안동의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에서 한방관련 연구에서부터 식품부문과 제약, 원료 등 한약재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한방발효법제는 녹용을 발효한 원기 회복제인 정심록을 개발했으며, 한의원에 한방 소재 발효·농축액과 한방건강식품, 한방발효장치 등을 공급하고 있다.
한방발효법제는 지난해 한방관련 지원이 많은 제천 전통의약산업센터에 입주, 이곳에서 잔류농약 검사와 효용성 검사 등을 하고 있다.
올해는 제천 전통의약산업센터에 원외탕전실을 갖출 예정이다.
원외탕전실은 '탕전'을 한의원 이외의 별도 장소에서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난해 9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 한약재 이용 ‘글로벌 신약개발’ 목표 김 대표는 1992년 졸업 후부터 한의원을 하면서 주로 신장 쪽 진료를 많이 해왔다. 신장은 한약에 예민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김 대표는 신장 환자들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한약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발효한약에 대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또한 발효한약이 미생물과 연관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대장 분야의 질환에 대한 진료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약은 과거의 문헌과 자료 등 풍부한 지적재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가 연구할 때 막연한 것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연구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방발효법제(
www.u-herb.com, ☎02-598-3475)는 한약재를 이용한 국제적인 신약개발이 최종 목표다.
/ 김현수 기자